아빠와의 목욕을 막 마치고 나와 싱그러움을 묻힌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우리 유치원에 배트맨을 '백맨'이라고 하는 아이가 있어요."
"백맨? 우와~ 발음 좋다! 이름이 뭐야?"
"커렐이요."
"응? 그럼 외국에서 온 아이인가?"
"그건 모르겠는데, 영어로만 말해요."
"아~ 그럼 Where are you from? 이라고 물어봐~ "
"웨어 아 프롬? 근데 여동생이 있대요."
"그렇구나~ 현서는 영어로 말해도 다 알아듣나 보네~"
"네. 커렐은 춤도 잘 춰요."
라며 커렐에게 배웠다는 춤도 춘다.
"그 아이 피부색은 어때?"
"음...햇빛 비추는데서 보면 하얀 색인데, 그림자 있는 곳에서는 나처럼 살구색이에요."
유치원에 온지 3일 정도 됐다는데, 벌써 커렐과 친해진 아이의 친화력이 대견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커렐이라는 아이와 계속 친하게 지내면서 영어 실력도 좀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럼 커렐의 성은 뭐래?"
"성이 뭐야?"
난데 없는 질문이었는지 당황한 녀석이 우물쭈물하는게 보였다.
"우린 성이 이름 앞에 붙잖아. 외국인은 이름 뒤에 붙어. 커렐 다음에 이름이 있을 텐데...?"
하니...급하게 이름 하나를 둘러댄다. 이 때부터 커렐의 존재가 의심스러워 진 나는 좀 있다 또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녀석...아까 댄 이름과 다르다. ㅋ
"그럼, 엄마가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커렐 성이 뭔지 물어봐야 겠다."
하니, 산이 녀석 펄쩍 뛴다.
"전화하면 안돼! 진짜로~"
커렐은...현서와 즐겁게 노는...가상의 친구였던 것이다. ㅋ
장난감을 갖고 혼자 놀 때 가끔 영어로 중얼거리며 노는데 그때 같이 노는 친구가 커렐이란다.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같은 친구...
근데, 요즘 아이들 상상의 친구도 국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