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분회장이라는 큰 책임을 맡아 솔직히 편하게 했다.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다.
그마저도 그냥 이렇게 끝나나 했는데, 섭샘이 분회장 교육 때 쓸꺼라며 부탁하셔서 덕분에 한해를 정리할 수 있었다.
< 2009년 분회 활동 보고서 (무원고등학교) >
들어가며
분회장을 처음 맡을 때, 그동안 너무나 활발하게 잘 이루어져 왔던 분회였기 때문에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 분회장이 되어 오히려 누를 끼치게 되진 않을까 우려가 많았다. 불끈거리며 쫓아가 따질 용기도 부족했고, 그렇다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면도 거의 없다시피 한 성격과 기질인지라 더욱 걱정이 앞섰다. 단 하나 장점을 굳이 찾자면,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성격에 다방면의 친분을 자랑하는 친화력이랄까...? 그래서 결국 분회장을 맡으며 지키고자 노력했던 것은 사람 챙기기와 이전에 해 왔던 분회활동을 가능하면 계속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1. 일꾼모임
무원고는 이전까지 일꾼(집행부)을 특이한 방식으로 뽑았다. 특히 분회장의 경우에는 지원자가 없을 때 로마교황을 뽑는 방식인 콘클라베처럼 분회원들이 일꾼 7명을 뽑고, 그 7명이 모여 분회장이 뽑힐 때까지 회의를 거듭했다. 나의 경우에는 분회원들이 일꾼을 뽑는 과정 없이 2월에 간 MT자리에서 밤새도록 한 회의에 지쳐(?) 수락한 경우였기 때문에 내 맘대로 일꾼을 결정해 부탁드렸다.
①사무국장: 사실 이 자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전까지 있어 온데다 혹 교장실이라도 내려가 따질 일이 있으면 모시고 갈 든든한 지원군 정도로 생각해 2008년 분회장을 했던 임대환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②총무: 2년 동안 총무를 해 왔던 경험으로 1년 동안 가장 신경 쓰이고 나름 바쁠 일이라 꼼꼼하고 잘 챙기는 강필애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③행사: 정기고사 나들이 및 엠티, 환영회와 송별회 등의 장소 섭외 및 프로그램 준비 등의 일이라 총무와 가까운 곳에 있으면 편할 것 같아 같은 2학년부인 김이진 선생님께 부탁드렸는데, 생각 외로 추진력도 있고 준비성도 철저하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④무원장학회: 학년 초 선생님들의 지원을 받아 1인당 5천원~만원 정도를 매달 월급일에 떼어 장학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주는 사업인데, 역시 티는 안 나지만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라 꼼꼼하고 조용한 김수진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⑤참실: 분회원들 뿐만 아니라 무원고의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여러 배움의 장을 2008년에 이어 힘써 주시겠다며 이종섭 선생님이 자원하셨다.
⑥교육희망 배포: 가장 귀찮으면서도 중요한 일이라 3년동안이나 함께 해 가장 편하고 좋아하는 최은주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일꾼들이 꾸려지고, 일꾼모임을 매주 수요일 4교시에 했다. 직영급식이 되기 전에는 다 함께 식사를 시켜 먹었는데, 일주일에 하루 맛없는 급식에서 해방되는 날이라 일꾼들 외에도 분회원들이 많이 모였다. 그런데, 직영급식이 되면서 오히려 시켜먹는 밥이 맛없는 지경이 되어 일꾼들만 모여 4교시에 간단히 회의를 하고 점심을 함께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주로 학교 일을 공유하고 다음에 있을 분회 행사 등을 계획하는 시간이었다.
2. 분회 1년 살이
3월-전입교사 환영회: 자칫 서먹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수 있는 전통적인 우리만의 비법-스무고개(이 사람은 누구일까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스무고개에는 여러 가지가 내용(별명, 좌우명, 존경하는 사람 등)이 들어갈 수 있는데, 질문이 인쇄된 쪽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그것을 사회자가 모은 후 이름만 빼고 질문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름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정답을 맞출 경우 약소하지만 선물을 준비하면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4월-중간고사 나들이: 임진강 폭포어장 내에 있는 미니 골프장에 갔다. 분회원 아닌 분들도 많이 참여해 주셨고, 분회원들의 참여율도 높았고, 호응도도 좋았다.
5월-전교조 창립 20주년 행사: 호두과자에 예쁜 스티커를 붙여 급식실 조리원, 화장실 용역 아주머니 등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과 기쁨을 나눴다.
7월-분회총회 및 분회장배 볼링대회: 기말고사 중 하루를 잡아 점심을 함께 먹으며 분회총회를 했다. 1학기 동안의 분회비 결산도 하고, 방학 중 MT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분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모두 모여 함께 밥을 나눠 먹는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자리를 이어 볼링대회를 했는데, 이 역시 중간고사 나들이처럼 분회원이 아닌 분들도 많이 참여해 주셨다.
8월-방학 중 나들이: MT 대신 하루 동안의 나들이를 보충수업이 끝날 즈음 임대환 선생님의 계획 하에 갔다. 적성의 한우마을→감악산 계곡에 발 담그고 맥주 한잔→임진강 황포돛대 체험으로 이어진 나들이는 최고였다~!
10월-중간고사 나들이: 3년째 이어질 만큼 분회원들의 호응도가 가장 높은 행사이다. 강화도에 양식장을 끼고 있는, 임시 비닐하우스 식당인데 팔딱팔딱 뛰는 생새우를 먹을 수 있고, 바로 옆에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도 구입할 수 있으며 갯벌도 있다.
11월-학생의 날 행사: 원래는 분회 단독으로 하려 했으나 학생부장님의 후원과 교장 선생님의 입김을 약간 얻어 학교 전체 행사로 확대시켰다. 학생부와 학생회의 지원을 얻어 아침 등굣길에 교문 생활지도 대신 초코파이에 학생의 날 축하멘트를 붙여 나눠주었다.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인형 옷을 입고 탈을 써 분위기를 돋궈 주었다.
2010년 2월-송별회 및 분회총회: 10월 이후 행사가 없어 매우 오랜만에 모이는 분회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송별회와 함께 새롭게 분회장이 된 이종섭 선생님의 인준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3. 학내 각종 위원 활동
①운영위원회: 교사 위원 4명 중 2명이 무투표 당선으로 참가
②인사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 당선 (부장 3, 평교사 4명 중 3명)
③성과급 및 다면평가 위원회: 참석 안함
4. 소모임
서동요(독서모임) : 학년 초에 (분회장 후보엔 항상 오르지만 개인사정으로 못 하시는) 이승태 선생님께 반 협박(?) 및 부탁으로 독서모임을 부탁드렸다.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분회원이 중심이긴 하지만 언제나 문을 열어 놓고 있고 실제로 분회원이 아닌 선생님도 참여해 학교 내에서는 전교조 모임이 아니라 학내 교사 소모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내년에도 쭈~욱 이어가기로 했다.
나오며
처음 계획은 그동안 이어 왔던 분회 일들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나가자는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결정적으로 분회MT와 분회보를 못 했다. MT는 지금이라도 가자는 열정적인 선생님 한분이 계셔서 2월 중 훌쩍 떠날 여지는 있지만, 분회보는 이제껏 한 번 일지언정 꼭 나왔었는데...역시 능력 없는 분회장의 책임이 크다. 심지어 올해에는 개인적으로 여러 일들이 겹쳐 정신이 없었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분회장 회의에도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항상 옆에서 도와주시고 챙겨주신 일꾼 선생님들과 부장회의에서 비합리적인 일들이 결정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아주신 학생부장 류기덕 선생님․ 3학년 부장 문용복 선생님․ 2학년 부장 주현숙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육아와 가정사로 여러 모임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궂은 일에 나서서 도와주시는 아기엄마 분회원 선생님들께도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이 마저도 대신 읽어주셔야 할 이종섭 선생님! 지회일이 바쁘실 텐데 분회일에도 항상 나서 주셔서 분회장을 함께 했다고 할 만큼 애써 주신 점 정말 감사하다.)
우리 무원고는 분위기가 좋다고 다른 학교에도 소문이 나 있을 만큼 분회활동을 하기 매우 좋은 곳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분회 전통이 남아 있고, 분회 내 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비합리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협조해 주시고, (내가 이제껏 만난 교장선생님들 중) 비교적 합리적이고 인화에 신경 쓰시는 현재 교장 선생님 덕분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올 한해는 대립이나 치열한 다툼 없이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었고, 복잡 다난했던 개인적인 사정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분회장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